고진영(28)이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클리프턴의 어퍼 몽클레어 골프장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했다.
고진영은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내면서 5타를 줄였다. 합계 13언더파로 호주 교포 이민지(27)와 공동 선두를 이룬 뒤 연장 접전 끝에 이민지를 제치고 승리했다. 지난 3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 이어 두 달 만에 2승 째를 거뒀다. LPGA 통산 15승을 거뒀다.
LPGA 투어 창립자(파운더)들을 기리는 이 대회에선 전통적으로 한국 선수들이 강한 면모를 보였다. 최근 8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의 우승이 6차례나 됐다. 고진영이 그 주역이다. 2019년과 2021년 이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한 뒤 올해에도 정상에 올라 이 대회에서만 모두 3승을 거뒀다. 고진영은 2019년과 2021년에는 ‘올해의 선수상’을 타기도 했다.
고진영은 이 대회 최다 우승자이자 이 대회가 열렸던 여러 코스에서 모두 우승한 유일한 선수다. 우승 상금은 45만 달러(약 6억원)를 더해 통산 상금 1100만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이 부문에서 톱 20에 진입했다.
고진영은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은 편이다. 4주 연속 경기를 하면서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는 “보통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에 대회장에 도착해서 준비하는데 이번 주는 한 시간 전에 골프장에 와서 공 20개 정도를 치고 퍼트와 칩샷 몇 개만 했다. 그렇게 에너지를 아낀 뒤 경기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세계 랭킹 6위인 호주 교포 이민지는 3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했다. 고진영과는 4타 차여서 역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고진영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7번 홀까지 버디 3개를 잡아내면서 이민지를 한 타 차로 추격했다.
물을 건너가는 파 3의 6번 홀에서 이민지는 베테랑답지 않은 실수를 했다. 티샷한 공을 호수 가운데 빠뜨렸다. 50야드 이상 거리가 짧았다. 이민지는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으나 이 공 역시 15m 정도 짧았다. 결국 더블보기를 하면서 고진영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민지는 만만찮았다. 바로 다음 홀에서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로 복귀했고, 11번과 12번, 15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면서 2타 차 선두로 올라섰다. 그러나 16번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리드는 한 타 차로 줄었다.
이민지가 흔들리는 사이 고진영이 힘을 냈다. 고진영은 17번 홀 벙커에서 파 세이브를 한 뒤 18번 홀에서 극적인 버디를 잡아내면서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갔다. 그는 “퍼트 감이 좋았기 때문에 스피드만 잘 맞으면 성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3일 동안 18번 홀에서 계속 버디를 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장타자 이민지는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고진영보다 티샷을 30m가량 멀리 보냈다. 두 번째 샷을 핀 가까이에 붙이면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그러나 롱게임이 전부는 아니었다.
고진영은 10m가량 되는 첫 번째 퍼트를 홀 옆에 붙였다. 반면 이민지는 5m 정도의 버디 퍼트를 앞두고 자신이 없는 기색이었다. 첫 번째 퍼트가 홀을 1m 이상 지나갔고, 결국 파퍼트를 넣지 못하면서 승부를 마감했다.
고진영은 “어제 한국에서 임성재가 5타 차 역전 우승하는 걸 보고 영감을 받았다”며 “이 대회 세 번째 우승이라니 정말 영광이다. 지난해 많이 흔들렸던 스윙을 올해는 견고하게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남은 시즌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LPGA 투어에 데뷔한 신인 유해란은 합계 8언더파 4위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