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와 뉴욕시 당국 간 법적 공방 예고… 교통체증 해소와 대중교통 개선 예산 15억 달러 확보 위기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뉴욕시의 혼잡통행료 제도 폐지를 위한 첫 단계를 밟았다. 맨해튼 남부 60번가 이남 지역 진입 시 9달러의 통행료를 부과하는 이 제도를 없애겠다는 대선 공약 이행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을 통해 “혼잡통행료는 끝났다. 맨해튼과 뉴욕 전체가 구원받았다. 왕이여 영원하라!(LONG LIVE THE KING)“라고 선언했다. 뉴욕 교통공사(MTA)가 법원의 별도 판결이 있을 때까지 통행료 징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음에도, 트럼프는 승리를 자축했다.
션 더피(Sean Duffy) 연방 교통부 장관은 캐시 호쿨(Kathy Hochul) 뉴욕 주지사에게 서한을 보내 연방 고속도로관리청의 시범사업을 통해 허가된 통행료 제도에 대한 연방정부의 승인을 철회한다고 통보했다. 더피 장관은 서한에서 “일상생활에서 추가적인 재정적 부담을 안게 된 근로계층 미국인들에 대한 대통령의 우려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MTA는 더피 장관의 서한이 발표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연방 교통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MTA는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적으로 프로그램 승인을 번복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MTA 측은 “법원의 별도 명령이 없는 한 뉴욕주법에 따라 혼잡통행료 제도는 계속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트럼프가 통행료 제도 폐지에 성공한다면, MTA가 뉴욕시 대중교통 시스템의 중요한 개선사업에 투입하려 했던 150억 달러 규모의 예산 확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호쿨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왕이 아닌 법치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라며 “법정에서 보자”고 응수했다.
혼잡통행료 제도는 지난 1월 5일 시행 이후 맨해튼의 교통량이 감소했으며, 통행료 구역으로 진입하는 교량과 터널의 통행 시간도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니 리버(Janno Lieber) MTA 위원장은 “4년간의 검토와 4,000페이지에 달하는 연방 정부 감독하의 환경영향평가를 거치고, 혼잡완화 프로그램에 대한 최종 승인이 이루어진 지 불과 3개월 만에 연방 교통부가 완전히 입장을 바꾸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호쿨 주지사는 성명에서 “미국 최초로 시행된 이 프로그램이 지난달 시행된 이후 교통 혼잡이 크게 감소했고 통근자들의 이동 시간이 단축됐다”며 “브로드웨이 공연은 매진되고 지역 상권의 보행자 통행량도 증가했다. 스쿨버스는 정시에 학생들을 등교시키고 있으며 옐로캡 운행도 10% 증가했다. 대중교통 이용률이 증가하고 운전자들의 경험도 개선됐으며 이 프로그램에 대한 지지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와 호쿨은 통행료 제도의 미래에 대해 최소 두 차례 전화 통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MTA 프로젝트 자금 조달에 대해 호쿨과 합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맨해튼에 사무실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트럼프에게 호쿨 주지사는 통행료로 인해 교통량이 감소하고 건물 임차인들의 출근이 더 쉬워졌다는 점을 들어 설득을 시도했다. 그러나 팸 본디(Pam Bondi) 법무장관이 이민자들의 운전면허 취득을 허용하는 뉴욕주의 ‘그린라이트법’ 무력화를 시도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측의 대화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하원의원 마이크 롤러(Mike Lawler)는 통행료를 현금 확보 수단이라고 맹비난해왔다. 그는 최근 수개월간 트럼프와 통행료 차단에 대해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으며, 트럼프와 행정부가 “이 사기 제도를 종식시키겠다는 약속을 이행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