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26-2027 독감 시즌을 앞두고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백신 접종을 강력히 권고하고 나섰다. 고령층이 독감으로 인한 중증 피해를 압도적으로 많이 겪고 있다는 통계가 이번 권고의 배경이다. 지난 2024-2025 시즌은 특히 심각했는데, 65세 이상이 전국 독감 관련 입원의 57%, 사망의 무려 7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이는 독감이 노년층에게 유독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는 고령층의 면역체계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기능이 저하돼, 일반 독감 백신에 상대적으로 약하게 반응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면역 노화 현상으로 알려진 이 같은 변화는 백신을 접종해도 충분한 항체가 형성되지 않을 가능성을 높인다. 이에 따라 CDC는 노인들에게 표준 독감 백신보다 세 가지 고효능 백신을 우선 권장하고 있다.

고용량 성분의 플루존 하이도즈(Fluzone High-Dose), 재조합 방식의 플루블록(Flublok), 면역증강제가 포함된 플루애드(Fluad)가 바로 그것이다. 이 백신들은 일반 백신보다 항원 함량을 높이거나 면역 반응을 증폭시키는 보조 성분을 더해, 노화로 약해진 면역 반응을 보완하고 더 강력한 방어 효과를 내도록 특별히 설계됐다. 다만 보건당국은 이 세 가지 백신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접종을 아예 건너뛰기보다는 연령에 맞는 다른 독감 백신이라도 맞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백신을 맞지 않는 것보다는 어떤 백신이든 맞는 편이 중증화를 막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미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독감 백신은 현재 유행 중인 바이러스 변이에 맞춰 새롭게 업데이트됐다. 독감 바이러스는 해마다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작년에 접종받은 백신의 효과가 올해까지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지난 시즌에 이미 접종을 마쳤더라도 매년 새로 접종받아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올해는 모더나(Moderna)의 엠플루시바(mFLUSIVA)가 새롭게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는 미국에서 승인된 최초의 mRNA 기반 독감 백신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쓰였던 mRNA 기술이 독감 예방 분야에도 본격적으로 적용된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 메디케어 파트 B(Medicare Part B)는 의료진이 메디케어 수가를 적용하는 경우, 시즌당 한 차례 독감 백신 접종 비용을 수급자 본인 부담 없이 전액 지원한다. 별도의 본인부담금이나 공제금도 발생하지 않아, 경제적 이유로 접종을 미룰 필요가 없다.

CDC는 가능하다면 10월 말까지 접종을 마칠 것을 권장하지만, 그 이후에 맞더라도 독감 바이러스가 활발히 유행 중이고 백신 재고가 남아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보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감 유행은 보통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이어지는 만큼, 접종 시기를 놓쳤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