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독감 시즌이 예년보다 일찍, 그리고 더 강하게 찾아오고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한 의사는 지난 10월 초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0월임에도 불구하고 독감 환자 수가 이미 평년 수준을 웃돌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당국은 이런 조기 확산 추세 때문에 올가을 예방접종 지침이 특히 고령층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통상 독감은 12월에서 이듬해 2월 사이에 유행이 정점을 찍지만, 올해는 이보다 앞서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보건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2026~2027년 독감 시즌 잠정 지침은 2025년부터 이어온 전반적인 접종 일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65세 이상 성인에게는 한 가지 권고사항을 새롭게 추가했다. 표준 용량 백신 대신 세 가지 강화형 백신, 즉 고용량 백신인 플루존 하이도스(Fluzone High-Dose), 유전자재조합 방식의 플루블록(Flublok), 면역증강제가 포함된 플루애드(Fluad)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면역반응이 자연스럽게 약해지는 만큼, 이들 백신은 젊은 성인에게 투여하는 표준 백신보다 더 강한 항체 반응을 이끌어내도록 설계됐다. 특히 65세 이상은 매년 독감으로 인한 입원과 사망 위험이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높아, 보다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접종 당일 세 가지 권장 백신 중 어느 것도 구비돼 있지 않다면, CDC는 접종을 미루기보다는 연령에 맞는 다른 독감 백신이라도 우선 맞을 것을 권고한다. 당국은 독감 활동이 겨울철 정점에 이르기 전 충분한 면역력을 쌓을 수 있도록 9월이나 10월 중 접종받을 것을 권장하지만, 시즌이 더 진행된 뒤 맞는 백신도 여전히 의미 있는 보호 효과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침에는 한 가지 공백도 있다. 9월 1일 발표된 CDC의 잠정 권고안은 모더나(Moderna)의 mRNA 기반 독감 백신을 다루지 않고 있는데, 이는 해당 권고안이 이미 작성된 이후인 2026년 8월에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고령층 대상으로 이 백신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모더나의 백신은 기존 불활성화 백신과 달리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을 활용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이에 따라 미국가정의학회(American Academy of Family Physicians) 등 여러 의료단체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코로나19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독감 백신을 함께 다루는 자체 보충 지침을 2026~2027년 시즌용으로 별도 발표했다.

의료진은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별도의 주의 없이 연령에 맞는 독감 백신을 그대로 접종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독감 활동이 예년보다 이미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의사들은 65세 이상 고령층은 물론 심장질환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도 접종 시기를 미루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