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서 60년간 진행된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40대 초반의 심혈관 건강 상태가 90세까지의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헬싱키 비즈니스맨 연구(Helsinki Businessmen Study)는 1964년부터 1973년 사이 평균 나이 42세였던 건강한 남성 2690명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연구 참여 당시 이들은 모두 특별한 질환 없이 건강한 상태였다. 연구진은 이후 수십 년에 걸쳐 흡연 여부, 체질량지수(BMI), 수축기 혈압, 총콜레스테롤 수치, 혈당 등 다섯 가지 간단한 건강 지표를 추적 관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됐다.
연구 결과 두 그룹 간 격차는 매우 컸다. 중년기에 다섯 가지 건강 기준을 모두 충족한 남성 중 41.9퍼센트가 90세까지 생존한 반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남성은 단 6.8퍼센트만이 90세까지 살아남았다. 단순 계산으로도 여섯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노년기 노쇠 발생률에서도 큰 차이가 나타났다. 건강한 그룹에서는 단 2.2퍼센트만이 노쇠 상태로 분류된 반면, 그렇지 않은 그룹에서는 24.5퍼센트가 노쇠 상태였다. 노쇠는 근력과 활동량이 떨어지고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워지는 상태를 뜻하며, 노년기 삶의 질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로 꼽힌다. 심리적 웰빙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확인됐다. 건강한 그룹의 55퍼센트가 노년기에도 강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고 답한 반면, 다른 그룹에서는 39퍼센트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노화 과학에서 핵심 메시지로 떠오르고 있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노년기를 얼마나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6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같은 집단을 추적한 이번 연구는 금연, 적정 체중 유지, 혈압·콜레스테롤·혈당 관리 같은 평범한 중년기 건강 습관이 노년기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강력한 장기적 증거를 제공한다. 특히 다섯 가지 지표 모두를 동시에 관리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의 크기는, 그동안 개별 위험 요인 연구에서는 쉽게 확인하기 어려웠던 수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이번 연구에는 한계도 있다. 연구 대상이 남성으로만 한정돼 있어 여성에게도 동일한 패턴이 적용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또한 관찰 연구였기 때문에 중년기 건강과 노년기 삶의 질 사이에 강한 연관성은 보여주지만, 하나가 다른 하나를 직접적으로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노쇠, 장수, 심리적 웰빙 전반에 걸쳐 일관된 결과가 나타난 만큼, 노년기에 접어들기 훨씬 전부터 기본적인 심혈관 건강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