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여성들을 괴롭히는 대표 증상인 안면홍조와 야간 발한을 호르몬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가 등장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엘린자네탄(elinzanetant) 성분의 치료제를 비호르몬 치료제로 승인했다. 상품명은 링큐엣(Lynkuet)이며, 중등도에서 중증에 이르는 안면홍조와 야간 발한 치료에 사용된다. 이 두 증상은 폐경 이행기를 겪는 여성 대다수가 경험하는 대표적인 불편 증상으로 꼽히며, 갑작스러운 얼굴 화끈거림과 식은땀으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학협회 학술지(JAMA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이 약을 복용한 여성들은 치료 시작 후 3개월 만에 안면홍조의 빈도와 강도가 약 7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 바이엘(Bayer)이 앞서 진행한 3상 임상시험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개선 효과가 확인됐으며, 수면 장애와 전반적인 삶의 질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됐다. 안면홍조는 수면과 일상생활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대표적 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밤새 여러 차례 잠에서 깨게 만들어 만성 피로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이 치료제는 기존 호르몬 치료제와 작용 방식이 다르다. 안면홍조는 체온을 조절하는 뇌 부위인 시상하부에서 시작되는데, 폐경이 진행되면서 에스트로겐 수치가 줄어들면 이 부위가 작은 온도 변화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엘린자네탄은 체온 조절 회로에 관여하는 특정 뉴로키닌 수용체를 차단해, 몸에 호르몬을 투입하지 않고도 과활성화된 신호를 가라앉히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즉 호르몬 수치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뇌의 체온 조절 신호 전달 과정에 직접 개입해 증상을 줄이는 것이다.
호르몬 성분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료진들은 이 약이 중요한 공백을 메운다고 평가한다. 유방암 생존자나 혈전 병력이 있는 여성 등 호르몬 대체 요법을 받기 어렵거나 꺼리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이런 환자들이 증상을 그대로 감수하거나 효과가 제한적인 대체 요법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호르몬 치료는 여전히 의료계에서 논쟁이 이어지는 주제다. 2022년에 발표돼 널리 인용된 한 연구는 호르몬 치료가 일부 여성에게서 유방암을 비롯한 여러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연구들은 환자의 나이와 폐경 후 치료 시작 시점에 따라 이점이 위험보다 클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검증된 비호르몬 대안이 등장하면서, 획일적인 치료 방식 대신 환자 개개인의 위험 요인과 건강 상태에 맞춘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