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불리는 김대중(Kim Dae-jung) 전 대통령의 서거 17주기 추모식이 지난 16일 뉴저지한인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상호 뉴욕총영사와 뉴욕·뉴저지 한인회장을 비롯해 각계 인사와 동포 등 120여 명이 참석해 '행동하는 양심'으로 대표되는 고인의 철학과 유산을 함께 되새겼다.
추모식은 애국가 제창과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됐으며, 고인의 생전 약력을 소개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행사를 주최한 김대중재단 미동부본부 관계자는 인사말에서 고인이 생전에 남긴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말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늘 현실을 직시하는 감각과 문제의식을 함께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다양한 갈등과 도전 속에서 고인의 가르침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며, 이번 추모식이 단순히 과거를 회고하는 자리에 그치지 않고 각자의 삶 속에서 고인의 정신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인을 40년 넘게 보좌해온 96세의 원로 인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추모의 뜻을 전했다.
김상호 뉴욕총영사는 추모사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평화, 번영의 큰 길을 열어준 고인의 혜안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선명해진다며 세 가지 유산을 강조했다.
먼저 지역과 정파를 초월한 통합의 지도자였다는 점을 꼽았다. 헌정 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 과거의 대립과 반목을 치유하기 위해 과감한 통합 정치를 펼쳤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로는 외환위기라는 전례 없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문화 산업을 육성한 문화 지도자였다는 점을 들었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결단이 오늘날 전 세계를 뒤흔드는 K-컬처의 튼튼한 뿌리가 됐다는 평가다.
마지막으로 '모든 국민이 외교관'이라는 신념 아래 대륙과 해양을 잇는 외교 비전을 제시한 실용 외교의 지도자였다고 덧붙였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으로 상징되는 평화를 위한 실용 외교의 진정성이 오늘날까지 이정표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이후 뉴욕과 뉴저지, 퀸즈 등 각 지역 한인회장들과 동포 단체 대표들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뉴욕한인회장은 고인의 인동초 같은 삶을 강조하며 한인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고, 뉴저지 한인회장은 고인의 삶 자체가 고난을 이겨낸 희망의 역사였다며 서로를 포용하고 단합해 더 나은 한인 사회를 만들어가자고 호소했다.
과거 고인의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당시 정치적 환경 속에서도 화합과 용서를 실천했던 고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전하며 참석자들의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추모사가 끝난 뒤에는 추모 노래 공연과 서거 10주기 KBS 특집 영상 시청이 이어졌다.
행사는 참석자 전원이 헌화하고 분향하는 순서로 마무리됐으며, 고인을 향한 존경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함께 나누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