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지역은 겨울 날씨만 혹독한 게 아니다. 은퇴자들의 지갑 사정에도 냉혹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에서 생활비가 가장 비싼 주 중 하나인 이곳에서, 퇴직 후 기존 생활수준을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됐다. 물가 상승이 계속되는 가운데 은퇴자들이 그동안 모아온 자산만으로 노후를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은퇴 정보 사이트 리타이어먼트리빙닷컴(RetirementLiving.com)이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26년 기준 이 지역은 전국에서 여섯 번째로 은퇴자에게 부담스러운 주로 꼽혔다.
이번 조사는 전국 주택 비용과 생활비, 세금 부담 등을 종합 분석해 은퇴하기 좋은 주와 그렇지 않은 주를 순위별로 나눈 결과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부담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다.
1베드룸 아파트 월세 중간값은 1554달러(약 216만원)에 달하고, 주택 매매가 중간값은 52만7000달러(약 7억3000만원)에 이른다.
장바구니 물가도 만만치 않아 식료품비만 월 226달러(약 31만원)가 든다.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52달러(약 4200리터당 63만원)로 전국 평균을 웃돌고,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보험료는 월 25.23달러(약 3만5000원) 수준이다.
재산세율은 1.88%로 집계됐다.
반면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곳은 웨스트버지니아로 나타났다.
이곳의 1베드룸 아파트 월세는 단 643달러(약 89만원)에 불과해 압도적인 격차를 보였다.
미시시피와 앨라배마도 지난해에 이어 2위와 3위 자리를 지켰는데, 저렴한 식비와 유가, 보험료가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뒤이어 오클라호마, 아칸소, 켄터키, 미주리, 루이지애나, 인디애나, 캔자스 등이 은퇴자에게 부담이 적은 주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세금 측면에서는 네바다가 올해 가장 유리한 주로 선정됐다.
사회보장연금과 소득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데다, 재산세율도 0.50%로 전국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캘리포니아는 2년 연속 은퇴자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주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생활비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하와이, 워싱턴, 오리건, 콜로라도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뉴저지에 이어 매사추세츠, 유타, 뉴욕, 미네소타까지 포함되며 서부와 동부 해안 지역 대부분이 고비용 지역으로 분류됐다.
샌디에이고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은퇴 생활에서 경제적 여유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은퇴자가 고정되거나 제한된 소득 구조 안에서 생활하는 만큼, 주거비와 생활비 사이 균형을 맞추는 일이 장기적인 재정 안정에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소득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은퇴 이후에는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주거비와 의료비, 세금 부담이 저축 규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