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한인 이민 1세 어르신들의 장례식에서 유족들의 고민을 상담하다 보면, 소천하신 부모님의 유언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장례 진행을 위해 유족이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 매장(Burial)이냐 화장(Cremation)이냐 하는 문제인데, 이 지점에서 많은 이들이 고민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럴 때 자녀분들께 부모님의 생전 뜻이나 유언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내가 죽거든 화장해서 뿌려 버려라"라고 말씀하셨다고 답한다. 하지만 아들, 딸, 손주까지 있는 상황에서 유해를 뿌려버리면 후손들이 찾아갈 곳이 없는데 어떡하느냐며 걱정한다. 또는 부모님의 말씀이 진담인지, 아니면 그저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하신 말씀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장의사로서의 의견은 이렇다. 어르신들이 이민 오시기 전 한국에서 보았던 장례 문화가 대부분 화장이었기에 익숙하신 면이 있고, 둘째는 매장 시 본인들이 겪었던 조상 묘소 관리의 어려움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셨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실상을 잘 모르고 하시는 말씀일 수도 있다. 미국은 땅이 넓고, 매장 후 잔디 깎기를 포함한 묘지 관리를 묘지 측에서 완전히 책임진다. 심지어 후손이 3대째 찾아가지 않아도 문제가 없으며, 영구 관리(Perpetual Care) 시스템을 통해 수십 년마다 재계약하거나 재개발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서야 유족들은 "그러면 매장을 합시다"라고 마음을 바꾸곤 한다.
요즘은 장례 방식을 고인이 결정하기보다 남은 이들이 경제적 형편에 따라 정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의 겸손하고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도 유족들에게는 큰 위로가 될 것이라 믿는다. 비록 부모님의 뜻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마음 편치 않을 수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한국의 전래동화가 생각난다.
평소 부모님 말씀을 듣지 않고 애를 먹이던 청개구리가 있었다. 부모님이 시키는 일마다 반대로만 하던 청개구리를 보며, 부모는 세상을 떠나면서 자식이 또 반대로 할 것을 예상하고 "내가 죽거든 물가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사실 부모는 산에 묻히길 원했지만, 반대로 행동할 자식을 고려해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런데 웬걸, 자식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마지막 말씀만큼은 꼭 들어드려야겠다고 마음먹고 부모를 물가에 매장했다. 그 후 자식은 비만 오면 물가에 모신 부모님 묘가 떠내려갈까 봐 "개굴개굴" 울며 발을 동동 굴렀고, 이 때문에 물가에 사는 푸른 개구리를 청개구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축복장례식장, State Funeral Director, 손한익 장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