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뉴저지를 든든하게 지켜온 글로벌 IT 거인 삼성전자가 결국 짐을 싼다. 불과 1년 전 잉글우드 클립스(Englewood Cliffs)의 대규모 친환경 캠퍼스로 본사를 이전하며 지역사회와의 굳건한 상생을 다짐했던 터라, 이번 텍사스 이전 소식은 지역 경제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관련 업계와 복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현재 뉴저지 본사 인력과 주요 기능을 텍사스주 플레이노(Plano)로 이전하겠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공유했다. 잉글우드 클립스 실반 애비뉴(Sylvan Ave.)에 위치한 32만 5천 제곱피트 규모의 본사 건물에서 근무 중인 약 1천 명의 직원 대부분이 새로운 텍사스 본사로 재배치될 예정이다. 뉴저지에는 현지 영업과 지원을 위한 최소한의 인력만 남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과거 리지필드 파크(Ridgefield Park)에서 30년 이상 머물며 뉴저지 경제의 핵심 축 역할을 해왔다. 이후 유니레버(Unilever)가 떠나고 남겨진 잉글우드 클립스 사옥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 지난해 가을 야심 차게 입주했다. 당시 지역 정치인들과 주민들은 대형 기업의 입주를 크게 반기며 침체된 상권 부활을 기대했다. 하지만 입주 1년 만에 전격적인 철수 결정이 내려지면서, 해당 대형 오피스 캠퍼스는 2년 만에 다시 텅 빈 건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철저한 경제적 계산과 효율성 제고의 결과로 풀이된다. 새 둥지가 될 텍사스 플레이노에는 이미 삼성의 모바일 및 네트워크 사업부가 자리 잡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오스틴의 반도체 공장과 인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신규 파운드리 공장과의 지리적 접근성도 크게 작용했다. 무엇보다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동산 비용 등 텍사스 주정부의 친기업적인 환경이 테슬라와 오라클에 이어 삼성의 발길마저 돌려세운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뉴저지 경제계는 짙은 아쉬움과 함께 주정부의 반기업적 정책을 향한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뉴저지 비즈니스 산업 협회(NJBIA) 측은 144년 역사의 엑손(Exxon)이 떠난 데 이어 삼성마저 이탈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전국 최고 수준의 법인세율과 복잡한 규제망이 기업들의 탈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22개에 달했던 뉴저지 내 포춘 500대 기업은 2025년 기준 15개로 급감했다. 다만 주정부 차원에서도 기업 환경 개선과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뼈아픈 교훈이자 새로운 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