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텍사스 텍 대학교(Texas Tech University) 연구진이 중년기의 심폐지구력이 노년의 건강과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를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성인 2만4576명을 대상으로 러닝머신을 이용한 체력 측정 결과와 이후 수십 년간의 의료기록을 추적 분석했다. 중년기에 측정한 심폐지구력 수준이 이후 노화 과정에서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참가자들은 먼저 트레드밀 운동 검사를 통해 체력 수준을 측정받았고, 연구진은 이후 이들의 의료 청구 기록을 장기간에 걸쳐 분석해 질병 발생 시점과 수명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체력 수준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주요 질병이 발병하는 시기가 최소 1.5년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체력이 우수한 남성은 건강하게 사는 기간이 1.3년 더 길었고, 65세 이후 주요 질병 발생률은 9% 낮았으며, 전체 수명도 평균 2.3년 더 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젊은 시절부터 쌓아온 체력이 노년기 건강 상태를 상당 부분 결정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미국심장학회 학술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에 게재됐으며, 단순히 살아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수명'과 심각한 질병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는 기간을 뜻하는 '건강수명'을 구분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두 개념을 나눠 살펴본 결과, 체력이 좋을수록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독립적이고 활동적인 삶을 유지하는 기간 자체가 늘어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 결과에 대해 논평한 클레어 미어닉(Clare Meernik) 박사는 체력이 얼마나 건강하게 나이 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예측 지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명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 동안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고 의료적 합병증이 적을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 보건당국은 성인들에게 매주 150분의 중강도 신체활동과 함께 주 2회의 근력 운동을 병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성별이나 건강 위험도 등 다양한 조건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 대상자 대부분이 백인이었고 평소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로 구성돼 있어, 연구 결과를 전체 인구에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중년기 체력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며, 젊을 때부터 꾸준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습관이 노후의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지금 당장의 작은 운동 습관이 수십 년 후 건강한 노년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