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 거물인 삼성전자가 뉴저지주 잉글우드 클립스에 위치한 미주 총괄 본사를 텍사스주로 전격 이전한다.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새 본사 건물을 화려하게 개장한 지 불과 9개월 만에 들려온 충격적인 철수 소식에 지역 경제계와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삼성 측은 이번 이전 작업이 오는 2026년 말까지 모두 완료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으며, 이로써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삼성의 뉴저지 시대가 씁쓸한 막을 내리게 되었다.
현재 잉글우드 클립스에 자리한 삼성 본사는 과거 유니레버가 사용했던 31만 2천 제곱피트 규모의 초대형 복합 업무 공간으로, 약 1,20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입주 당시 이 시설은 최고급 구내식당, 최신식 피트니스 센터, 사내 식료품점, 심지어 오락실까지 갖춘 꿈의 직장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갑작스러운 이전 결정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일터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역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회사 측은 이번 결정으로 영향을 받는 직원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미주법인 관계자는 이번 본사 이전이 장기적인 성장과 미래 성공을 위해 조직을 재정비하는 광범위한 비즈니스 혁신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뉴저지 본사를 텍사스주 플라노에 위치한 기존 캠퍼스로 통합함으로써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삼성은 이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대규모 첨단 반도체 제조 및 연구 개발 단지를 가동하고 있으며, 모바일 및 네트워크 사업부의 핵심 업무 역시 플라노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두고 뉴저지주의 열악한 기업 환경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지역 경제 단체와 정치인들은 삼성이 떠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주 정부의 반기업적 정책이 낳은 참사라고 맹비난했다. 뉴저지 비즈니스 및 산업 협회의 미셸 시커카 회장은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는 핵심 기업들의 이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존 아자리티 주 하원의원 역시 텍사스가 삼성을 유치한 것은 수년간 기업이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자리티 의원은 뉴저지주가 끊임없이 세금을 올리고 불필요한 규제를 신설하며 기업을 단순한 세수 확보 수단으로만 취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비판은 최근 미국 내 주요 대기업들이 세금 부담이 적고 규제가 느슨한 남부 선벨트 지역으로 줄지어 탈출하는 현상과 맞닿아 있다. 텍사스 경제개발공사에 따르면, 친기업적인 환경과 젊고 풍부한 노동력을 찾아 수백 개의 기업이 이미 텍사스로 둥지를 옮겼다. 엑손모빌, 테슬라, 스페이스엑스 등 세계적인 기업들에 이어 삼성마저 뉴저지를 등지면서, 지역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