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인류가 수십 년간 의존해 온 강력한 무기가 점차 위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피제의 대명사인 디트(DEET) 성분에 대해 모기들이 내성을 갖거나 오히려 이를 먹이의 신호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모기가 기피제의 불쾌한 냄새를 극복하고 이를 인간의 피가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로 학습하는 현상에 과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는 인간과 모기의 오랜 전쟁에서 모기가 또 한 번 진화의 벽을 넘어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디트는 1940년대 군사 목적으로 개발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모기 기피제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디트가 모기를 쫓아내는 정확한 원리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모기의 후각 수용체를 교란하거나 본능적으로 혐오하는 냄새를 풍겨 접근을 막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디트가 뿌려진 피부 주변에 다가가는 것 자체를 모기들은 극도로 꺼려왔다. 하지만 최근 일부 모기 개체군이 이러한 본능적인 혐오감을 이겨내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모기들이 단순히 화학물질에 익숙해지는 것을 넘어, 기피제 냄새 뒤에 피가 있다는 사실을 연관 지어 학습한다는 것이다. 굶주린 모기에게 생존과 번식을 위한 흡혈의 욕구는 기피제의 불쾌함을 뛰어넘을 만큼 강력하다.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모기들은 디트 냄새를 피해야 할 경고음이 아니라, 먹잇감이 근처에 있다는 알림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후각적 학습 능력과 내성 획득은 모기 퇴치 전략의 전면적인 수정을 요구하는 중대한 변화다.
이러한 모기의 진화는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와 맞물려 공중 보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온난화로 인해 여름이 길어지고 기온이 상승하면서 모기의 활동 시기와 서식지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모기 매개 질병의 전파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가장 믿을 만한 방어막이었던 디트의 효과 감소는 방역 당국에 비상을 걸고 있다. 특히 야외 활동이 잦은 계절에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제 단일 화학물질에만 의존하는 방충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디트의 대안으로 피카리딘 등 다른 성분의 기피제를 교차로 사용하거나, 긴 소매 옷을 입어 물리적인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권장된다. 또한 집 주변의 고인 물을 제거해 모기의 산란처를 원천적으로 없애는 종합적인 방제 노력이 필수적이다. 인간의 방어책을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모기의 끈질긴 생명력 앞에서, 더 안전하고 혁신적인 모기 퇴치 기술의 개발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