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가 마침내 새해 예산안에 잠정 합의했다. 캐시 호컬(Kathy Hochul) 주지사는 목요일, 총 2,680억 달러(약 360조 원) 규모의 주 예산안에 주의회 지도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4월 1일 법정 시한을 무려 5주 이상 넘긴 끝에 나온 결과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늦은 예산 처리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주목받는 항목은 뉴욕시 내 초고가 세컨드홈, 이른바 별장형 주택을 겨냥한 새로운 '피에타테르(pied-à-terre) 세금' 도입이다.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초고가 주택을 실거주 목적이 아닌 별장으로 보유한 이들에게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맨해튼 일대에는 해외 부유층이나 타주 거주자가 투자 목적으로 사들인 뒤 거의 비워두는 고가 콘도가 적지 않아, 그동안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주정부는 이 세금으로 연간 약 5억 달러의 세수가 새로 들어올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약 54억 달러로 추정되는 뉴욕시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 우선 투입될 예정이다.
예산안에는 이 외에도 뉴욕 전역의 보육 서비스 확대를 위한 재원이 포함됐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보육비 부담에 시달려 온 맞벌이 가정과 저소득층 가정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강도 높은 이민 단속 정책에 맞서, 지역 경찰이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작전에 협력하는 범위를 제한하는 조치도 담겼다. 이는 이민자 비중이 높은 뉴욕시의 지역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공공요금 환급 수표 지급, 자동차 보험금 지급 상한제 도입 등 생활 밀착형 정책이 포함됐다. 호컬 주지사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그리고 모든 뉴욕 주민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여는 예산을 약속했으며 그 싸움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이번 합의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러나 합의 발표 직후 뉴욕주 하원의장이 주지사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의장은 아직 예산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주요 쟁점들이 미해결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재정 부문에서 정리되지 않은 사안이 여러 건 남아 있다며, 주지사의 발표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같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주지사와 의회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엇갈린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협상 과정의 진통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예산 지연의 핵심 배경에는 뉴욕시의 재정 적자 처리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자리하고 있다. 주정부와 시정부 모두 예산 확정이 늦어지면서 일선 행정과 복지 사업 집행에도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부담을 지워 시 재정난을 해결하려는 이번 구상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의회 내부 이견이 언제 봉합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