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지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글로벌 기술 기업 삼성전자가 결국 짐을 싼다. 불과 1년 전 잉글우드 클립스(Englewood Cliffs)의 대규모 친환경 사옥으로 이전하며 지역사회와의 굳건한 연대를 약속했던 터라 충격은 더욱 크다. 삼성전자 미주법인은 최근 직원들에게 본사를 텍사스주 플라노(Plano)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공식 통보했다. 이에 따라 실반 애비뉴(Sylvan Ave) 700번지에 위치한 32만 5천 제곱피트 규모의 캠퍼스에서 근무하던 약 1천 명의 인력 대부분이 텍사스로 재배치될 예정이다. 유니레버(Unilever)가 떠난 빈자리를 채우며 활력을 불어넣었던 거대한 사옥은 또다시 주인을 잃고 텅 빌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는 리지필드 파크(Ridgefield Park)에서 30년 이상 머무는 등 40년 넘게 지역 사회와 호흡을 맞춰왔다. 이번 결정은 기업들이 세금 혜택과 저렴한 부동산 비용을 찾아 남부로 향하는 거대한 이탈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텍사스주 플라노에는 이미 삼성의 모바일 및 네트워크 사업부가 자리 잡고 있으며, 오스틴의 반도체 공장과 테일러에 신설되는 파운드리 공장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테슬라와 오라클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텍사스의 친기업적 환경이 결국 삼성의 발길마저 돌려세운 핵심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현지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소수의 인력은 계속 남을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경제계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기업 하나의 이전을 넘어 심각한 경제적 경고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뉴저지 비즈니스 및 산업 협회(NJBIA) 측은 삼성이 새 사옥을 연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떠나는 것은 놀랍지 않지만 매우 슬픈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144년 동안 머물렀던 엑손(Exxon)마저 짐을 싼 것을 언급하며, 이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반기업적 정책의 뼈아픈 결과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법인세율과 과도한 규제 부담으로 인해 2018년 22개에 달했던 포춘 500대 기업 수는 2025년 현재 15개로 급감하며 탈출 러시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연쇄 이탈은 지역 상권의 침체와 세수 감소로 직결되어 주민들의 삶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수많은 고소득 직장인들이 빠져나가면 인근 식당과 상점, 부동산 시장까지 도미노처럼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경제계 전문가들은 이번 삼성의 이전 결정이 주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강력한 경고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행히 셰릴(Sherrill) 주지사가 최근 기업 환경 개선과 불필요한 규제 철폐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변화의 기대감도 피어오르고 있다. 잃어버린 기업들의 발길을 다시 돌리고 지역 경제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친기업 정책 도입이 시급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