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대학교 랑곤 헬스(NYU Langone Health)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뉴롤로지 오픈 액세스(Neurology Open Access)'에 발표한 새 연구에서, 중년기에 예방 가능한 건강 위험 요인 세 가지만 피해도 치매 없이 사는 기간이 13년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이 지목한 세 가지 위험 요인은 고혈압, 당뇨, 흡연이다. 연구진은 연구 시작 당시 치매가 없었던 1만2000명 이상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26년에 걸친 건강 데이터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56세였다.
분석 결과, 48세에서 68세 사이에 세 가지 위험 요인을 모두 피한 사람들은 평균 30년 동안 치매 없이 생활했다. 반면 세 가지 위험 요인을 모두 가진 사람들은 평균 17년에 그쳤다. 두 그룹 간 격차는 무려 13년에 달했다. 연구가 끝날 때까지 참가자 중 3008명이 치매를 진단받았고, 5238명은 인지 기능 저하 없이 사망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가 단순한 단기 관찰이 아니라 참가자들의 중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전 생애 주기를 추적한 장기 연구라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눈에 띄는 점은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꾸준히 더 긴 치매 없는 기간을 누렸다. 세 가지 위험 요인을 모두 가진 경우, 여성은 평균 18.1년, 남성은 16.6년으로 나타났다. 인종 간 격차도 뚜렷했다. 세 가지 위험 요인을 모두 가진 백인 참가자는 평균 19.6년 동안 치매 없이 생활했지만, 흑인 참가자는 16.0년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격차가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의료 접근성, 소득 수준, 생활 환경 등 사회적 요인과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공동 저자인 요제프 코레시(Josef Coresh) 박사는 55세 이후 미국인의 약 42%가 치매 발병 위험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년기에 혈압과 혈당을 관리하고 담배를 끊는 것이 이러한 위험을 실제로 낮추고 노년기 뇌 건강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이 세 가지 위험 요인이 뇌혈관 손상과 염증 반응을 촉진해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단순히 통계적 수치를 넘어, 실제 생활 습관 개선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혈압과 혈당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는 만큼, 중년기부터 병원을 자주 찾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고혈압과 당뇨는 약물 치료와 식습관 개선으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며, 흡연은 완전히 끊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 충분한 수면 역시 혈압과 혈당 관리에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미국 내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치매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지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