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FIFA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경찰 당국이 축구 팬들에게 인신매매 징후에 각별히 주의해 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인신매매 조직에게 절호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당국은 앞으로 몇 주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2024년 개최 도시 조직위원회를 위한 인권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인신매매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고위험 물품 조달 과정에서의 철저한 실사, 강제 노동과 인신매매 피해자를 식별·구제하기 위한 생존자 중심 접근법, 그리고 사건을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는 비밀 절차 마련 등이 포함됐다. 이는 단순한 권고를 넘어 개최국이 반드시 이행해야 할 책무로 자리 잡고 있다.
인신매매 조직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인 자금세탁 방지 전문가 협회(ACAMS)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들 조직이 인신매매 행위 자체뿐 아니라 자금 이동 경로까지 정교하게 은폐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며, 매우 조직적이고 치밀한 범죄 집단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개별 범죄가 아니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형태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가상화폐와 차명 계좌, 위장 사업체 등을 활용한 자금 세탁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국토안보수사국(HSI) 피해자 지원 담당자는 이번 월드컵과 같은 대규모 행사에서는 성매매와 강제 노동 피해자가 발생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련 기관들이 협력 체계를 구축해 피해자를 만났을 때 즉시 지원할 수 있는 자원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자 식별 후 신속한 보호와 회복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통역, 의료, 심리 상담, 임시 거처 등 종합적인 지원 체계도 가동된다.
이번 월드컵은 미국 내 여러 주에서 분산 개최되는 만큼 법 집행 기관 입장에서는 한층 복잡한 과제가 됐다. 주(州) 경계를 넘나드는 범죄 특성상 각 지역 수사 당국이 긴밀히 공조해야 자원 배분과 피해자 식별, 신속한 구조가 가능하다. 당국은 주 간 협력 체계를 강화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월드컵처럼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행사에서 인신매매를 막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결국 시민들의 인식과 관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호텔, 공항, 경기장 주변에서 누군가 자유를 빼앗긴 듯 보이거나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될 경우 즉시 신고하는 것이 피해자를 구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다. 신분증을 본인이 소지하지 않거나, 동행자가 모든 대화를 가로채는 모습, 지나치게 위축된 표정 등이 대표적인 의심 징후로 꼽힌다. 의심 정황이 보이면 911이나 국가 인신매매 신고 핫라인을 통해 익명 제보가 가능하다. 당국은 축구를 즐기러 온 팬 한 명 한 명이 잠재적 감시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