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미국의 아시안 문화유산의 달(Asian American and Pacific Islander Heritage Month)이다. 올해 5월, 허드슨강을 사이에 둔 뉴저지와 뉴욕에서 한국 미술을 가까이 만날 수 있는 두 개의 전시가 잇따라 한인 독자들을 맞고 있다. 하나는 버겐 카운티 한인 동네에서, 다른 하나는 맨해튼 코리아타운에서 열린다.
먼저 버겐 카운티(Bergen County) 한인 밀집지인 테너플라이(Tenafly)에서는 한인이 운영하는 ACC 갤러리(ACC Gallery)가 단체전 '허드슨을 가로지르는 메아리(Echoes Across the Hudson)'를 5월 23일까지 열고 있다. 이 전시에는 뉴욕과 뉴저지 일대에서 활동하는 한인 작가 15명이 참여해 회화와 조각, 설치, 사진, 뉴미디어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회화 한 점을 차분히 감상하고 싶은 사람부터 영상과 설치 작품에 끌리는 젊은 세대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즐길 거리가 있다.
전시의 주제는 문화와 도시, 정체성 사이를 오가는 한인 작가들의 삶이다. 갤러리 측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하나로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고, 이주와 번역, 그리고 실제 삶의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으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건너온 이민 1세 작가부터 미국에서 나고 자란 2세, 한국에서 활동하다 뉴욕에 정착한 작가까지 세대와 배경이 서로 다른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그만큼 한인 사회의 다양한 얼굴을 한 공간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다. 맨해튼까지 가지 않고도 사는 동네 가까운 곳에서 한국 미술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인 독자들에게는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ACC 갤러리는 2002년 포트리(Fort Lee)에서 문을 연 뒤 테너플라이로 자리를 옮긴, 트라이스테이트 지역을 대표하는 한인 미술 공간이다. 20년 넘게 한인 작가들의 발표 무대 역할을 해 왔다. 지역 예술계에서는 이번 전시를 두고 포트리와 테너플라이를 잇는 버겐 카운티 일대가 미국 동부 한인 미술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갤러리는 테너플라이 17-19 워싱턴 스트리트(Washington Street) 2층에 있으며, 관람 시간과 입장 안내는 방문 전 갤러리(201-390-6275)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허드슨강 건너 맨해튼에서는 뉴욕한국문화원(Korean Cultural Center New York)이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강소(Lee Kang So) 개인전 '되어가는 들판(A Field of Becoming)'을 6월 20일까지 무료로 선보이고 있다. 1943년생인 이강소는 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을 이끈 대표 작가로, 회화와 조각, 설치, 사진,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예술은 완성된 사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되는 과정이라는 철학을 50년 넘게 지켜 왔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프랑스 생테티엔 현대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상파울로 비엔날레에도 참여한 세계적인 작가다. 그의 작품은 영국 테이트 모던과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이강소는 1980년대 뉴욕주립대 객원작가와 뉴욕 현대미술관(MoMA) PS1 작가 프로그램을 거치며 일찍이 뉴욕과 인연을 맺었다. 이 때문에 이번 전시는 작가가 수십 년 만에 뉴욕 미술계와 다시 만나는 뜻깊은 자리로도 평가된다. 이번 전시는 지난 5월 12일 개막 리셉션과 함께 막을 올렸다. 문화원은 122 이스트 32가(122 East 32nd Street) 코리아타운 한복판에 있어 포트리와 팰리세이즈 파크(Palisades Park) 등 한인 동네에서도 찾아가기 쉽다. 문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연다.
두 전시 모두 입장료 부담 없이 한국 미술의 어제와 오늘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자리다. 동네 갤러리에서 이웃 한인 작가들의 오늘을 보고, 강 건너 문화원에서 거장의 50년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도 뜻깊은 봄나들이가 될 만하다. 따뜻한 봄날,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발걸음을 옮겨 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