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GLP-1 계열 치료제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수십 년간 고도 비만 치료의 표준이었던 위장관 변형 수술이 급격한 쇠퇴기를 맞고 있다. 오젬픽(Ozempic), 위고비(Wegovy), 젭바운드(Zepbound) 등 주사형 치료제가 체중 감량 시장의 판도를 뒤집었다. 최근 발표된 대규모 의료 데이터 분석은 이러한 지각 변동을 명확히 보여준다. 환자들은 전신 마취와 장기 절제라는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수술대 대신, 접근이 용이한 처방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미국의학협회 학술지 '자마 서저리(JAMA Surgery)'에 게재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GLP-1 비만 치료제 사용량은 140퍼센트 이상 폭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비만 대사 수술 건수는 34퍼센트 이상 급감했다. 연구진이 비만, 과체중, 당뇨병 진단을 받은 성인 1,170만 명의 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100만 명 이상이 GLP-1 처방을 받았다. 반면 비만 수술 청구 환자는 약 4만 4,000명에 불과해 약물 치료 선택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의료계가 진정 우려하는 대목은 따로 있다. 비만 치료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연구 대상자의 90퍼센트 이상은 약물이나 수술 등 어떠한 치료도 받지 않고 방치된 상태다. 현재 미국 인구 5명 중 1명이 비만이며, 2035년까지 성인의 절반 가까이가 비만 인구로 분류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등 치명적인 만성 질환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방대한 환자군을 의료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1950년대에 도입된 비만 대사 수술은 식이요법으로 체중 감량에 실패한 환자들에게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왔다. 위 크기를 80퍼센트가량 줄이는 위소매 절제술이나, 위를 작게 만들어 소장과 연결하는 위우회술이 대표적이다. 체질량지수(BMI) 40 이상의 초고도 비만 환자나 당뇨병을 동반한 BMI 35 이상의 환자가 주 대상이다. 수술 환자는 체중의 최대 절반까지 감량하는 효과를 보지만, 감염이나 장폐색 등 건강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평생 엄격한 생활 습관 관리가 요구된다.
반면 세마글루타이드나 티르제파타이드 성분을 기반으로 한 GLP-1 치료제는 전체 체중의 약 20퍼센트를 감량할 수 있다. 수술에 비해 감량 폭은 작지만, 신체에 칼을 대지 않고 주사나 알약으로 관리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다만 피로감, 메스꺼움, 변비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복용자의 약 40퍼센트가 이를 장기적으로 겪는다. 최근에는 초고도 비만 환자가 수술 전 안전을 위해 체중을 미리 줄이는 보조 요법으로 GLP-1을 활용하며 두 치료법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