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겐 카운티는 미국에서 몇 남지 않은 '블루법(Blue Laws)' 시행 지역 중 하나다. 블루법은 일요일에 의류, 가구, 가전제품, 자동차 등 생활필수품이 아닌 품목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이다.
이 규정의 역사는 놀라울 만큼 오래됐다. 뿌리는 17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1798년에는 사회 풍기 문란을 억제한다는 명분 아래 공식 법령으로 성문화됐다. 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요일의 고요함을 지켜온 셈이다.
버겐 카운티의 블루법 고수는 특히 상징적이다. 1959년 뉴저지주가 각 카운티에 블루법 폐지 권한을 부여했을 때, 이를 유지한 곳은 버겐 카운티가 유일했다. 주민들은 1980년과 1993년 두 차례 투표에서도 법 존속에 손을 들어줬고, 특히 1993년에는 2대 1의 압도적 비율로 유지 쪽을 선택했다.
지지자들의 논리는 명확했다. 가든 스테이트 플라자(Garden State Plaza)와 파라무스 파크(Paramus Park)처럼 전국 최고 매출 쇼핑몰이 밀집한 지역 특성상, 일요일만이라도 극심한 교통 체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 삶의 질을 지키는 최소한의 방어선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 오랜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이스트 러더퍼드(East Rutherford)에 위치한 초대형 쇼핑몰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 일요일에도 소매 매장을 정상 운영하면서 정면 충돌이 벌어진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 측은 해당 부지가 주 정부 소유지이기 때문에 지역 조례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파라무스(Paramus)시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적 공방은 2026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블루법의 존폐 논쟁은 단순한 법리 싸움을 넘어선다. 조용한 일요일이라는 가치를 지키자는 철학적 명분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현실은 급격히 달라졌다. 유연근무제 확산과 온라인 쇼핑의 일상화로 '일요일 휴무'라는 개념 자체가 무색해졌고, 지역 오프라인 상인들만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카운티 행정책임자 짐 테데스코(Jim Tedesco)는 블루법의 충실한 지지자로 남아 있다. 그는 이 법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소매업 종사자들에게 최소 주 1회의 휴식을 보장하는 핵심 장치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결국 파라무스와 아메리칸 드림 몰 간의 법정 다툼이 수십 년을 끌어온 이 논쟁에 마침표를 찍을 가능성이 크다. 300년 전 만들어진 법이 21세기 소비문화 앞에서 어떤 판결을 받게 될지, 그 결과에 따라 버겐 카운티 일요일 풍경이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