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타이레놀(Tylenol) 복용이 자녀의 자폐증 발병과 무관하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명확한 과학적 근거 없이 임산부들에게 타이레놀 복용을 피하라고 권고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이번 주 소아과 학술지 JAMA Pediatrics에 게재된 이 연구는 1997년부터 2022년 사이 덴마크에서 태어난 아동 150만 명 이상을 분석한 것으로, 임신 중 타이레놀에 노출된 아동의 자폐증 발병률은 약 1.8%였다. 반면 노출되지 않은 아동의 발병률은 3.0%로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나,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을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은 해열·진통제로 널리 쓰이며, 임산부가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물로 오랫동안 분류돼 왔다. 이번 덴마크 연구 이전에도 스웨덴에서 형제자매를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연구가 있었고, 여기서도 임신 중 타이레놀 노출과 자폐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일관된 결론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자폐증 발병에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타이레놀이나 백신이 자폐증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일관된 입장이다. 오히려 일부 연구는 임신 중 치료되지 않은 고열이 태아 신경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지난 9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임산부들에게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말라고 강하게 권고했다. 당시 그는 열이 너무 심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만 한 알 정도 복용하라는 취지로 발언했고,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에만 최소한으로 쓰라고 덧붙였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세트아미노펜 제품의 안전 라벨을 업데이트하는 절차에 착수했으며, 임신 중 복용과 자폐증 사이 연관성을 시사하는 문구를 추가하는 방향을 검토해 왔다.
타이레놀 제조사인 켄뷰(Kenvue)는 성명을 통해 독립적이고 건전한 과학적 근거들이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이와 다른 주장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이러한 주장이 임산부들의 건강에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의료 전문가들은 임신 중 고열이 태아에게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근거 없는 불안으로 해열제 복용을 무조건 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약물 복용 여부는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일관된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