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소득층의 식탁을 지켜온 푸드스탬프(SNAP) 제도의 근로요건이 전국적으로 강화되고 있지만, 정작 고용 증대 효과는 없고 수급자만 대거 탈락시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좌파 성향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산하 해밀턴 프로젝트(The Hamilton Project)가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근로요건이 취업률을 높인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SNAP 참여율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만 확인됐다.
이번 분석은 지난여름 시행된 대규모 세제·국내정책법, 이른바 '원 빅 뷰티풀 빌 법(One Big Beautiful Bill Act)'의 여파 속에서 나왔다. 이 법은 메디케이드(Medicaid)와 푸드스탬프 등 사회복지 프로그램 예산을 대폭 삭감하도록 규정했다.
지난가을부터 주정부와 카운티들은 푸드스탬프 수급자들에게 근로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원이 끊길 수 있다고 통보해왔다. 특히 고령자, 노숙인, 퇴역군인, 일부 시골 지역 거주자에게 적용되던 근로요건 면제 조항이 대거 축소됐다.
브루킹스 연구소 소속 연구자는 "근로요건이 해당 대상자의 고용을 늘린다는 증거는 없다"며 "오히려 프로그램에서 탈락할 가능성만 높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근로요건이 계속 확대 시행된다면 수급자는 줄어들지만 고용 지표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SNAP이 본래 '굶주림 해소'를 위한 제도인 만큼, 직업훈련이나 경력개발 같은 고용 지원 기능과 뒤섞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더 큰 우려는 경기 침체 시 실직자들에게 미칠 파장이다. 그동안 SNAP은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신속히 식료품 지원을 제공해온 대표적 사회안전망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실직자가 '일을 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모순적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수요일 공개된 예산·정책우선순위센터(Center on Budget and Policy Priorities) 연구에 따르면, 법안 서명 이후 최소 250만 명, 전체 수급자의 약 6%가 이미 SNAP 혜택을 잃었다.
다만 이 감소분 중 얼마가 새 법안의 직접적 영향인지는 불분명하다. 일반적으로 SNAP 참여율은 경기가 좋을 때 줄고 나쁠 때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도는 전례 없는 변화를 맞고 있다. 새 법에 따라 주정부는 영양 교육 예산을 잃었고, 난민과 망명 신청자 등 비시민권자의 수급 자격도 종료해야 한다. 또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에 대한 근로요건 면제 권한도 사라졌다. 주정부가 부담해야 할 운영비 몫도 늘어났다.
한편 미국 농무부(USDA) 대변인은 SNAP 수급자 수가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4,000만 명 아래로 떨어진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가장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게 지원을 집중하고 제도의 건전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