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선 참패 이후 중도와 진보 노선 사이 갈등…필 머피 주지사 후임 선출 경쟁 치열
뉴저지 주지사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왼쪽부터): 스티브 스위니 전 주 상원 의장, 라스 바라카 뉴어크 시장, 스티브 풀롭 저지 시티 시장, 션 스필러 NJEA 회장, 미키 셰릴 하원의원, 조쉬 고트하이머 하원의원 – 2월 2일 라이더 대학에서 첫 토론을 벌였다
뉴저지 민주당이 지난 11월 대선에서의 패배 이후 심각한 정체성 위기와 내부 분열을 겪고 있다. 필 머피 주지사의 임기가 올해 종료됨에 따라 치러지는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당 내부에서는 정책 방향과 메시지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월 초 라이더 대학에서 열린 민주당 주지사 후보 토론회는 이러한 분열을 여실히 보여줬다. 불법 이민자를 포함한 이민자 보호에 관한 질문에 미키 셰릴(Mikie Sherrill) 하원의원을 제외한 모든 후보가 손을 들었다. 셰릴 의원은 “뉴저지의 주민들을 헌법에 따라 보호해야 한다”고만 언급하며 차별화된 입장을 취했다.
정치 전문가들에 따르면 뉴저지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이 예상을 뛰어넘는 강한 지지를 받은 충격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한때 확고한 민주당 지지 지역이었던 뉴저지에서 트럼프의 선전은 당내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한 민주당 주지사 선거 캠페인의 고위 고문은 익명을 조건으로 “민주당원들은 어떤 선거구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었다”며 “이제 그들은 민주당이 약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팅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당신이 이길 수 있는가? 어떻게 이길 것인가?'”라고 전했다.
주 민주당 위원장인 르로이 존스 주니어(LeRoy Jones Jr.)는 “2024년 선거는 분명히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계기였다”며 “우리는 유권자들과 더 깊은 대화를 통해 메시지를 명확히 하고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위기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것이 아니다. 4년 전 머피 주지사는 공화당 후보를 상대로 간신히 재선에 성공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학교 폐쇄 등의 정책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후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과 카말라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의 선거 패배는 민주당의 우려를 더욱 증폭시켰다.
라이더 대학 레보비치 뉴저지 정치연구소의 마이카 라스무센(Micah Rasmussen) 소장은 “민주당은 지난 몇 년간 유권자 등록과 조직화를 소홀히 하며 안주해왔다”고 지적했다.
전 주 민주당 위원장이자 2017년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존 위스니에프스키(John Wisniewski)는 “민주당의 상태는 여러 이유로 좋지 않다. 트럼프가 예상 외로 뉴저지에서 선전했다”며 “일반적으로 민주당 성향이었던 유권자들이 왜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민주당 주지사 후보들은 각기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뉴워크 시장인 라스 바라카(Ras Baraka)와 저지시티 시장 스티브 풀롭(Steve Fulop)은 전통적인 진보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셰릴 의원은 중도 성향 유권자와 무소속 유권자들을 공략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조시 고타이머(Josh Gottheimer) 의원은 셰릴과 유사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풍부한 선거 자금을 무기로 하고 있다.
일부 민주당원들은 이민자 문제와 트랜스젠더 권리 같은 사회적 이슈가 지난 11월 선거에서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전 주 상원의원인 레이 레스니악(Ray Lesniak)은 자신을 진보주의자로 설명하면서도 “경제, 생활비, 재산세 등 유권자들이 진정으로 관심 갖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셰릴 의원 캠프의 한 고문은 “셰릴은 일반 유권자들의 입장에 더 부합한다”며 “그녀는 평균적인 유권자들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타이머 의원은 공화당 전략을 차용해 최대 15%의 재산세 감면을 제안하고 있다.
반면 바라카 시장은 토론회에서 “중도에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선언했다. 그의 고문은 “자신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에게는 정체성 위기가 없다”고 설명했다.
뉴저지 민주당이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오랫동안 당을 지배해온 보스 정치 시스템이다. 최근 로버트 메넨데스(Robert Menendez) 상원의원의 금괴 스캔들과 태미 머피(Tammy Murphy) 영부인의 상원 출마 시도는 민주당이 부패하고 유권자와 괴리되어 있다는 인식을 강화했다.
풀롭 시장은 “시스템이 정치 보스들에 의해 통제되고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제 민주당의 과제는 트럼프가 패세익 카운티(Passaic County)와 같은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승리한 상황에서 어떻게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것인가, 그리고 두 학기 연속 진보적 주지사 이후 어떻게 중도적 성향의 유권자들을 다시 사로잡을 것인가다.
주 민주당 위원장 존스는 “유권자들과 대화하여 그들에게 중요한 것, 삶의 질 문제, 어떤 사회적 이슈가 그들을 움직이는지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스니악 전 의원은 당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기반은 노동자 계층 가정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한 선거 캠페인 고문은 “왜 우리는 지난 선거에서 히스패닉 표를 모두 잃었나? 우리는 평균적인 유권자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신경 쓰는 것은 경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