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세계 주요국 간 무역전쟁 본격화, 소비자와 기업 비용 부담 급증 우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전 세계 대상 관세 부과 계획이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60여 개국에는 최대 50%까지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4일 미국 증시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6% 가까이 폭락했으며, S&P 500지수는 4.8%,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4% 가량 하락했다. 애플, 구글, 엔비디아 등 주요 기술주들도 큰 손실을 기록했다. 아시아와 유럽의 주요 증시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 관세 조치는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에게 올해만 수천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건은 이번 관세 조치를 1968년 이후 미국 최대 규모의 증세라고 평가했으며, 월가의 여러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윌밍턴 트러스트의 루크 틸리(Luke Tilley) 수석 경제학자는 “이번 새 관세의 규모는 정말 엄청나다”며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이 관세가 3개월간 유지된다면 경기침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주요 기업들은 비용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와 고용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지프(Jeep) 제조사인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미시간과 인디애나 소재 5개 공장에서 900명을 임시 해고하고, 캐나다와 멕시코 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 급락에도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는 예상된 일”이라며 “경제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고, 이제 수술은 끝났다. 이제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는 이번 주 토요일부터 적용되며, 일부 국가에 대한 최대 50%의 추가 관세는
4월 9일부터 시행된다. 또한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는 이미 지난 4일 자정부터 발효됐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가 협상의 시작일 뿐이며, 다른 국가들이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경우 관세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은 “모든 국가에 조언하자면, 보복하지 말라”며 “보복하면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과 유럽연합을 포함한 여러 세계 지도자들은 대응 조치를 약속했다. 유럽연합은 미국과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보복 관세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으며, 호주의 앤서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는 “이는 친구의 행동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관세는 더욱 가혹하다. 중국산 제품에는 기존 관세에 더해 34%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는 중국이 지난해 미국과 1조 달러에 가까운 무역 흑자를 기록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수년간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관세를 피하기 위해 멕시코, 베트남, 인도 등으로 생산 기지를 확장한 많은 기업들에게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이제 이들 국가로부터의 수입품도 훨씬 더 비싸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혼란이 미국인들의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미국 경제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은 이미 최근 몇 개월간 관세 관련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로 둔화되고 있다.
미국행동포럼의 더글러스 홀츠-이킨(Douglas Holtz-Eakin) 회장은 “경제 전반에 이미 경고 신호가 보인다. 기업들은 마비 상태이고 소비자 심리는 하락했으며, 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줄고 있다”며 “이 관세가 유지된다면 경제 구조가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