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정형외과 의사가 그러는데 제가 퇴행성 관절염이라네요”라고 하시며 거의 웃음바다로 터질 듯한 얼굴과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씀하신다. 마치 하루아침에 진단명을 선고받은 사람처럼 말이다. 그런 환자의 모습을 볼 때 의사로서 할 말을 잃어버린다. 그 이유는 퇴행성 관절염은 병명이 아니라 단지 과정과 현상을 병명처럼 포장해서 어떤 특정한 병인 것처럼 이름을 붙인 것뿐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모르는 환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기 짝이 없다.
우리는 왜 이렇게 “병명”에 연연하는 걸까?
저는 환자들에게 잔소리를 지나치게 많이 하는 의사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의 몸을 고층 아파트 빌딩으로 비유한다면, 아파트 빌딩의 관리와 유지를 위해서는 아파트가 어떻게 지어져 있고, 상수도와 하수도, 전기줄들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몸의 구조와 내부에 대한 지식을 앎(knowing)이 중요하다. 그런 지식들을 환자들에게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잔소리 많은 의사로 알려지게 되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만들면서 산다. 의식주도 마찬가지이다. 즉 밥을 짓고, 옷을 만들고, 집을 짓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먹게 하고, 입게 하고, 살게 하는 것들은 열심히 하지만 우리 몸 자체를 짓는(build) 상식은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한 가지씩 배워보기를 원한다.
창조주께서 엄청난 우주의 법칙으로 지음을 받은 우리의 몸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정교하고 오묘하다.
법칙 #1. 내용물은 이미 정해져 있다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집을 짓고, 그 안에 마음에 드는 가구로 채우고 살 수 있다. 또한 우리가 먹는 음식도 원하는 그릇으로 바꾸면서 담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몸의 내용물은 누구나 똑같이 이미 정해져 있다. (장기이식처럼 몸속 장기를 바꾸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life time warranty와 같다.) 예를 들면, 두개골 모양대로 뇌가 그 안에 살게 되고, 흉곽 모양 그대로 폐가 있으며, 그 안에 심장이 자리 잡고 있다. 골반 모양 안에는 방광, 자궁, 난소, 소장, 대장들이 정해진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즉 두개골, 흉곽, 골반은 마치 내용물을 담고 있는 토기 그릇이라 볼 수 있다.
법칙 #2. 우리의 건강은 이 내용물을(장기들) 잘 지킬 수 있는 “건물(골반과 흉곽)”이 얼마나 잘 유지되어 있는가에 달려있다.
뼈가 눌리고 고르지 못하면, 내용물 역시 눌리고, 고르지 못하게 되어서 결국은 병이 나게 된다.
우리가 바꿀 수 없는 architectural master plan과 재료는 누구에게나 이미 정확하게 나와 있다. 단지 size가 다를 뿐이다.
우리 빌딩의 재료는 2가지이다.
- 뼈 206개
- 뼈들을 연결시키는 조직들인 근육과 힘줄, 인대, 얇은 막(fascia)으로 되어 있는 결합조직들(connective tissues)
그리고 골수에서 매일 새로 생성되는 피(적혈구, 백혈구, 혈소판)가 우리의 생명력을 넣어준다.
우리의 몸통은 세 겹의 벽으로 덮여 있으며 사지는 두 겹의 벽으로 쌓여져 있다. 206개의 뼈를 연결시키는 길고 짧은 근육들과 인대들이 자연적으로 퇴행되면서 오는 현상들이 “퇴행성 관절염”이다. 이것을 받아들이면서, 매일 보수하고 사는 것이 건강 유지에 지름길이다.
우리 모두가 뼈와 인대를 잘 알고 피의 흐름과 순환을 유지하는 방법을 배워가기를 진심으로 원한다. 내가 지금 이것을 가르치고, 이해시키느라 하루종일 환자들과 씨름한다.
다음 주에는 빌딩의 가장 중요한 척추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