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여성과 소수계 유권자들의 투표권 제한 우려… 유권자 등록 시 시민권 증명 의무화에 반발 확산
미국 시민권자 중 2,130만 명이 시민권 증명서류 미소지 상태인 가운데, 유권자 등록 시 시민권 증명을 의무화하는 ‘미국 유권자 자격 보호법(Safeguard American Voter Eligibility Act, SAVE Act)’이 재도입돼 논란이 되고 있다.
텍사스주 공화당 소속 칩 로이(Chip Roy) 하원의원이 재발의한 이 법안은 유권자 등록 과정에서 시민권 증명서류를 직접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운전면허증이나 일반 신분증으로는 부족하며, 출생증명서나 귀화증명서, 입양 관련 서류 등을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브레넌 법무연구소(Brennan Center For Justice)에 따르면,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유색인종과 저소득층,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의 투표권이 심각하게 제한될 수 있다. 특히 결혼 후 성을 바꾼 약 6,900만 명의 여성들이 출생증명서상 이름과 현재 법적 이름이 일치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는 이 법안이 우편투표, 온라인 유권자 등록, 자동 유권자 등록 등 현대적인 투표 시스템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6,000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직접 방문 등록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측했다.
현행법상 비시민권자의 투표는 이미 불법이며, 사회보장번호 제출, 연방정부 데이터베이스와의 대조, 투표소 신분증 확인 등 다양한 검증 절차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더욱 엄격한 요건을 추가하려는 이번 법안은 상당수 미국 시민의 투표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시민 중 여권 소지자는 절반에 불과하다. 비당파 단체인 캠페인 리걸 센터(Campaign Legal Center)는 지난주 성명을 통해 이 법안이 “많은 시민들이 보유하지 않은 서류를 요구함으로써 유권자 등록 과정에 불필요한 장벽을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