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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계엄 사태로 미국 투자자 이탈 가속…한미 안보협력도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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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450원 돌파하며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美 국방장관 방한 취소 등 외교 일정 줄줄이 차질

한국의 계엄령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미 관계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 이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핵심적인 한미 안보 협력 일정마저 줄줄이 취소되면서 양국 관계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19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453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3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계엄령 선포 직후 1,440원대까지 급등했던 환율은 계엄 해제 이후에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한국 관련 상품의 매도를 권고하는 등 월가의 주요 금융기관들이 한국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계엄령 선포 당시 미국 증시의 한국 ETF가 2.7%포인트 급락한 것을 시작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 이탈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제너럴 모터스(GM)는 한국 사업장의 불안정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GM Authority 웹사이트는 “계엄령이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상황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면서 “이는 GM의 자동차 생산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GM은 북미 시장의 소형 차량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한국 사업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정치적 불안정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일정 지연이나 부품 공급 중단 등의 차질이 우려된다.

외교 분야에서도 한미 간 핵심 일정들이 연이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TTX)이 연기되면서 양국 간 핵 억제력 강화를 위한 논의에 차질이 빚어졌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아시아 순방 과정에서 당초 계획했던 한국 방문을 전격 취소하고 일본만 방문한 채 미국으로 귀국했다.

미국 정가에서도 한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국무부 부장관과 전직 주한 대사, 현직 연방 하원의원 등이 ‘민주질서 회복’을 촉구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인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의 방한도 취소되는 등 미국 정치권 전반에서 한국의 정치적 혼란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다만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대한민국의 신용등급(장기 기준 AA)에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S&P는 비상계엄이 단시간 내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을 고려해 계엄의 잠재적 여파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정부는 시장 안정화를 위해 60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일 밤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나 한국의 상황을 설명했으며, 6일에는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하며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외 기업인들의 한국 비즈니스 출장이나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으며, 다수의 한국 기업들이 해외 고객으로부터 계약 협상 연기 요청을 받고 있다. 롯데그룹, 신세계, CJ그룹 등 주요 기업들은 긴급 회의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섰으며, 특히 수출 기업들은 환율 상승과 국가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인한 ‘후폭풍’ 대비에 나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엄 사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된 상황”이라며 “특히 미국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두드러지고 있어 당분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한미 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위기”라고 평가하면서 “조속한 정치적 안정 없이는 양국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이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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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kberg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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