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계엄령 선포에 “민주주의 정상회의 주최국의 아이러니한 결정” 비판…한미일 동맹 약화 우려도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아시아 지역 내 민주주의 후퇴의 상징적 사례로 평가하며,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한미일 삼각동맹 약화 가능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주주의 정상회의 주최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외교센터(센터장 채영길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지난 17일 발간한 ‘한국 계엄에 대한 미중일 외신 보도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언론사들은 지난 12월 3일 발생한 계엄 사태와 관련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우려, 한미일 삼각 동맹 약화 가능성,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미디어외교센터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12월 3일부터 10일까지 미국의 주요 언론사들이 보도한 계엄 관련 기사 1,590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미국 언론의 주요 키워드는 ‘윤석열’, ‘계엄령’, ‘탄핵’ 등으로 나타났으며, 대부분의 보도가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성과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강조하는 논조를 보였다.
특히 USA TODAY는 12월 7일 “계엄령을 선포한 대한민국 대통령은 폭군이다. 그를 탄핵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이 매체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권위주의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CNN 역시 같은 날 “북한, 러시아, 중국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에서 위기가 전개되는 것을 지켜봤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 등 미국의 유력 언론들은 한국의 계엄 사태를 아시아 지역 내 권위주의 확산의 우려스러운 사례로 다루며, 특히 민주주의 정상회의 주최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 매체는 한국이 민주주의 모범국으로서 보여왔던 그간의 성과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언론들은 또한 이번 사태가 한미일 삼각 동맹 체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동북아 안보 협력 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경제 전문 매체들은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미국 언론들은 계엄 사태 이후 한국 시민사회가 보여준 민주적 가치 수호 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시민들의 평화로운 시위와 법치주의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 수호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 싱크탱크들도 잇따라 한국의 계엄 사태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으며, 헤리티지재단은 한국의 민주주의 후퇴가 역내 미국 동맹 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한국외대 미디어외교센터는 “미국 언론의 보도 논조가 전반적으로 우려와 경고를 담고 있었다”면서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이 국내외적으로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센터는 또한 “미국 언론이 한국 시민사회의 민주적 가치 수호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현지 전문가들은 미국 언론의 이 같은 반응이 한국의 민주주의와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워싱턴의 깊은 우려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정책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핵심 동맹국인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