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근로자, 2베드룸 임대를 위해 주 101시간 근무해야
미국 노동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뉴저지주의 주거비용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뉴어크-저지시티 지역의 주거비용은 전년 대비 5.7% 상승했으며, 이는 전국 평균 상승률 4.7%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페어 쉐어 하우징 센터(Fair Share Housing Center)의 재그 데이비스(Jag Davies)는 이러한 통계가 단순한 숫자가 아닌 실제 가정의 고통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수십 년간 거주해온 지역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인 노인층, 직장 근처에 거주할 수 없는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뉴저지 주택 및 지역사회 개발 네트워크(Housing and Community Development Network of New Jersey)에 따르면 뉴저지 주민의 3분의 1 이상이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현재 시간당 15.13달러인 최저임금 근로자가 시장가격의 2베드룸 주택을 임대하기 위해서는 주당 101시간을 근무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2년 당시 주당 96시간보다 더 늘어난 수치다.
뉴저지의 임대료는 전국 중위 임대료보다 25%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임차인의 절반 가량이 소득의 3분의 1 이상을 임대료로 지출하고 있다. 이러한 ‘임대료 부담’ 현상은 특히 유색인종 가구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흑인 임차 가구의 56.2%, 라틴계 임차 가구의 53.2%가 임대료 부담을 겪고 있는데, 이는 백인 가구의 46.7%보다 높은 수준이다.
뉴저지 정책 관점(New Jersey Policy Perspective) 싱크탱크의 피터 첸(Peter Chen)은 이러한 높은 임대료가 지역 경제와 가정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경제 성장과 인구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 공급 부족도 임대료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국저소득층주택연합(National Low Income Housing Coalition)에 따르면 뉴저지는 극저소득층을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이 최소 20만 채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위한 주택 수요는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일부 주택 전문가들은 주택 위기의 원인이 단순한 주택 부족이 아닌 ‘중간 주택’, 즉 소형 다세대 주택의 부족에 있다고 분석한다. 첸은 시장가격대의 적정한 주택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저지주는 올해 초 저렴한 주택 공급 절차를 전면 개편하고 마운트 로럴 독트린(Mount Laurel Doctrine)을 성문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적정 수준의 저렴한 주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 대법원의 판결을 법제화한 것이다.
주택 옹호단체들은 이 법안이 저렴한 주택 공급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임차인을 위한 추가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팬데믹 기간 중 시행됐던 임차인 보호 정책은 이미 종료됐으며, 앵커(Anchor)와 같은 주 차원의 재산세 감면 프로그램이 일부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나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다.
주정부의 정책 방향에 큰 변화가 없다면 특히 유색인종 커뮤니티가 뉴저지에서 계속 거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첸은 임대료가 계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임차인들이 주에서 밀려날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