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해리스 승리 마진 5%로 축소… 1992년 이후 최소 격차
뉴저지가 더 이상 민주당의 ‘철옹성’이 아닐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일 치러진 2024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카말라 해리스(Kamala Harris) 후보가 뉴저지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과의 득표율 차이가 5%포인트에 그쳤다.
이는 1992년 이후 뉴저지 주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록한 가장 근소한 승리 마진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각각 14%포인트와 16%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트럼프가 뉴저지 전체 21개 카운티 중 12개 카운티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이다.
특히 한인 밀집 지역이 있는 퍼세익 카운티(Passaic County)에서는 과거 민주당 등록 유권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트럼프가 해리스를 6,500표 이상의 차이로 앞섰다. 이는 공화당으로의 뚜렷한 선회를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뉴저지 주의 유권자 등록 현황을 보면, 민주당이 250만 명으로 160만 명인 공화당보다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지지층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이후 주 내 모든 카운티에서 공화당 등록자 수가 증가했으며, 특히 공화당 강세 지역인 오션 카운티(Ocean County)에서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민주당은 11개 카운티에서 등록 유권자가 감소했으며, 2020년 대선 이후 전체적으로는 단 9,776명의 증가에 그쳤다. 이러한 변화는 뉴저지가 ‘스윙 스테이트’로 변모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제프 밴 드루(Jeff Van Drew) 연방 하원의원은 이번 대선 결과를 근거로 “뉴저지가 이제 공식적으로 경합주가 됐다”고 선언했다. 그는 원래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트럼프를 지지하며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꾼 인물이다.
버겐 카운티(Bergen County) 출신의 홀리 셰피시(Holly Schepisi) 주 상원의원은 경제 문제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 이번 선거에서 “고위 정책결정자들이 유권자들의 일상적인 고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또한 민주당이 20년 넘게 주 의회를, 7년간 주지사직을 장악해온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도 설명했다.
필 머피(Phil Murphy) 주지사는 뉴어크에서 열린 선거 후 기자회견에서 2021년 자신의 근소한 재선 승리가 “이미 경고음을 울렸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경제와 부엌 살림 문제, 이민, 그리고 사실과 관계없이 범죄와 치안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지, 혹은 정책 자체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임기 제한으로 물러나는 머피 주지사의 후임을 뽑는 주지사 선거가 예정돼 있다. 뉴저지는 전통적으로 대선 다음 해에 치러지는 주지사 선거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여겨져 왔다. 통상적인 견해로는 트럼프의 승리로 인해 민주당이 내년 주지사 선거에서 더 나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트거스 대학교 이글턴 공공여론조사센터의 애슐리 코닝(Ashley Koning) 소장은 “현재로서는 선거의 향방을 예측하기 이르지만, 이는 유권자들의 이념적 성향이 민주당으로 회귀할지, 아니면 트럼프식 공화당 노선을 더욱 강화할지를 보여주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뉴저지의 정치적 지형 변화를 단정 짓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다. 드워킨 교수는 “추세를 입증하려면 최소한 몇 차례의 선거 결과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뉴저지의 정치 지형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향후 선거에서도 주목할 만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