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연구팀, 100만 명 의료기록 분석 통해 세마글루타이드 약물의 새로운 효과 발견… 당뇨병 환자의 알츠하이머 예방 가능성 제시
오늘날 비만 치료제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오젬픽(Ozempic)이 알츠하이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는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약물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클리블랜드의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교(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 연구팀은 미국 전역의 제2형 당뇨병 환자 약 100만 명의 3년간의 의료기록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 연구 분야의 권위지인 ‘알츠하이머 & 치매: 알츠하이머협회 저널(Alzheimer’s & Dementia: The Journal of the Alzheimer’s Association)’에 게재됐다.
연구를 주도한 롱 쉬–(Rong Xu) 생물의학정보학 교수는 세마글루타이드를 처방받은 환자들이 다른 종류의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들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가 실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것이며, 세마글루타이드가 알츠하이머병의 예방이나 진행 속도 저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유망한 증거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병은 연간 12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7대 사망원인으로 꼽힌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 질환의 예방과 치료는 현대 의학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뉴욕의 체중감량 전문의인 수 데코티스(Sue Decotiis)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놀랍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GLP-1 계열 약물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심혈관 건강, 신경혈관 건강, 뇌졸중 위험 감소, 인지 기능 향상 등 전신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플로리다의 신경외과 의사이자 수명 연장 전문의인 브렛 오스본(Brett Osborn) 박사는 이번 연구가 대사 건강과 신경 퇴행성 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더욱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알츠하이머병이 뇌의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이 있어 ‘제3형 당뇨병’으로도 불린다는 점을 언급하며, 비만, 만성 염증, 알츠하이머병 사이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오스본 박사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한 염증 증가가 신경 퇴행과 인지 기능 저하의 핵심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슐린 저항성과 전신 염증의 효과적인 관리가 신경 퇴행성 질환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추는 데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GLP-1 계열 약물의 예방 효과가 다양한 질환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스본 박사는 이러한 약물들이 앞으로 당뇨병뿐만 아니라 비전염성 노화 관련 질환, 알코올중독, 약물중독 등의 예방과 치료에도 활용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오젬픽의 제조사인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독자적으로 조기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의 효과를 연구하고 있으며, 2025년에 연구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자사 제품의 안전성, 효능, 임상적 유용성을 조사하는 독립적인 연구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롱 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알츠하이머병 예방이나 치료를 위한 세마글루타이드의 처방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무작위 임상시험이 필요하며, 이번 연구가 후향적 코호트 연구로서 통제되지 않은 요인이나 측정되지 않은 혼란 변수, 편향의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립노화연구소와 국립중개연구발전센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